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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국 기밀문서가 증거? 또 나온 5·18 왜곡..확인해보니
이가혁 기자 입력 2020.05.19. 21:26수정 2020.05.19. 22:00
[기자]
"이번에 기밀 해제된 5·18 미국 문서를 보니까 지금 알려진 것과는 완전히 다르더라."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는 듯
빠르게 퍼지고 있는 주장, 노골적인 허위·왜곡이었습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 보수 유튜브들을 중심으로 지난주부터 계속 퍼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이 영상에서 시작됐는데요. 보시죠.
[(화면출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 지난 15일) : 폭동이라고 표현하고 있죠. 폭동은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기획
됐다. 이렇게 기밀문서가 해제돼서 사실 이거를 지금 언론에서 대서특필을 하고 해석을 해야 하는데 없어요, 기사가.]
보시면 그럴듯하지만, 완전한 왜곡입니다.
방금 영상뿐 아니라 유튜버들이 언급하는 기밀문서는 모두 23년 전 광주 5.18사료편찬위원회가 책으로 엮어서 공개
했습니다.
5.18기록관 홈페이지에도 전자책 형태로 올라와 있습니다.
1996년 미 국무부가 대중에 공개하는 것을 조건으로 광주시에 넘겨줬습니다.
5.18 관련 연구자들이 다 분석을 마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것들입니다.
확인 결과 최근 미국 정부가 제공한 43개의 문건과는 무관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애초에 전제가 잘못된 건데, 이런 문서를 근거로 해서 또 다른 주장들이 어떤 것이 펼쳐지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까지 확인된 것은 총 세 가지 유형입니다.
먼저 1980년 6월 3일 주한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문서에 폭동, 공산당 요원과 김대중 추종자가 부추겼다,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튜버들이 잘라내거나 무시하고 넘어간 부분에는 이 정보의 출처가 계엄사령부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정작 같은 문건에서 주한미대사는 신군부의 발표가 신뢰도가 낮다, 결론으로 널리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문건 작성 3일 전에 계엄사령부가 각 언론에 배포한 발표문 그 전체와 저희가 대조를 해 봤더니, 이 발표문 여러
구절을 그대로 당시 미국대사관이 번역하고 옮겼다는 게 확인됩니다.
[앵커]
두 번째도 좀 볼까요?
[기자]
민주화운동 기간 중에 시민들이 인민재판을 벌이고 실제 처형된 기록이 있다는 겁니다.
역시 고의적인 왜곡입니다.
1980년 5월 25일자 미국 문서에 해당 보고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보고서를 보시면 전날 보고한 인민재판 처형 등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으니 주의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 보신 이 문서는 오히려 당시 신군부가 광주가 공산화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조작 정보를 흘린 증거로
해석돼 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일부분만 가지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한 건데, 마지막 주장도 마찬가지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계엄군이 당시 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했다는 건 국과수 조사로 전모가 드러났죠.
그런데 당시 시민들이 먼저 무장을 하고 헬기에도 직접 발포했다는 기록이 미국 기밀문건에 나온다는 겁니다.
왜곡입니다.
1980년 5월 22일자 미 대사관 문건 원문을 보면 전날에 전날 저녁에 한국의 방송 뉴스에 뭐가 나오는지를 모니터링을
하고 정리한 내용일 뿐입니다.
여기에는 1980년 5월 21일, 도청 앞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후에 그 이후에 시민들이 무장하기 시작한 상황, 배경이
빠져 있습니다.
당연히 그 당시에는 광주 관련 언론보도는 신군부가 통제를 했기 때문이죠.
정리하면 이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미국 기밀문서는 지난 20여 년간 이미 공개, 연구된 자료이고 오히려 40년 전에
신군부의 여론조작을 생생히 드러내줍니다.
온라인상의 주장 악의적인 왜곡 이런 것 말고 다르게 해석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그렇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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