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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주목하는 한국의 진단검사 비결은 바로 이것

인주백작 2020. 3. 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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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주목하는 한국의 진단검사 비결은 바로 이것

기사입력2020.03.19. 오전 5:02 최종수정2020.03.19. 오전 8:20


해외서도 주목하는 진단검사

 

검사시간 보름만에 하루→6시간

검사기관은 한달반만에 6배 110곳

집단감염땐 선별진료소 현장 설치

지역사회 감염 제동에 긍정적 효과

 

메르스 사태뒤 컨트롤타워 구축

시약 생산 등 민간과 빠른 협업

진단의학 전문의 1200여명 양성도


 

 

27만여건(17일 0시 기준). 최근 두달간 한국 보건당국이 시행한 코로나19 진단검사 횟수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약 13만8천건)가 16일(현지시각)까지 시행한 검사량에 견줘 눈에 띄게

많다. 같은 날 기준 한국과 이탈리아의 누적 환자 수는 각각 8320명과 2만8천여명이다.

 

실제로 각국이 앞다퉈 입국을 통제하는 동안 한국 방역당국은 의심증상 환자와 집단감염 우려가 높은 집단에 대한

진단검사를 신속히 진행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둬왔다. 권계철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어느 정도 바이러스가

퍼진 뒤에는 입국을 막는다고 감염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 많은 진단검사를 통해 조기진단·격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은 이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을 줄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월등한 코로나19 검사량은 다른 나라에 견줘 무증상 환자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로도 꼽힌다. 정은경 방역대

책본부장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보다 무증상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은 검사를 많이 한 요인이 분명히

있는데, 이는 질병의 역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두달 동안 진단검사, 어떻게 진화했나? 코로나19 확산 초기이던 1월 중순만 해도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결과가

나오는 데 하루 이상이 걸렸다. 주로 ‘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이 쓰인 결과였다. 의심환자의 디엔에이(DNA)를 검

출해 증폭하고,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대조해야 하는 등 판별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1월31일부터 검사 시간이 3~6시간으로 줄어드는 등 속도가 네배 이상 빨라졌다. 보건당국이 공개된 유전자 염기서

열로 현재 피시아르(PCR) 검사라고 불리는 실시간 유전자증폭검사법을 시행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검사법을

민간에 공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적용한 진단키트를 긴급 사용 승인했다. 민간업체들이 속속 키트를 생

산하기 시작했다.

 

진단검사를 소화할 검사기관도 단기간에 늘었다. 지난달 초까지는 각 보건환경연구원 등 20곳 남짓의 국가·지자체

검사기관만 이 검사를 진행했지만, 현재는 90여곳의 민간 검사기관을 포함해 110곳 수준의 기관이 업무를 진행한다.

검사기관 선정 전에는 ‘퀴즈’도 거쳤다.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는 녹십자의료재단의 이은희 원장은 “보건당국에서

시험적으로 각 검사기관 연구실에 코로나19 검체들을 보냈다. 기관이 정답을 내면 정식 검사기관으로 선정받았다”

고 했다.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보건연구사들이, 민간 검사기관에서는 임상병리사와 진단의학전문의 등이 투입됐다.

 

프랑스 파리발 항공기 탑승객이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국제대학촌의 한국관 거주 학생들을 포함해 국제대학촌 학생

전원에게 귀국이나 귀가를 권고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집단감염 발생 때 신속 검사 어떻게? 지난 10일 수도권 최대 규모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1층에는 이 건물을 방문했거나 인근에 사는 구민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선별진료소가 차려졌다. 집단감염의

고리가 된 장소에 신속하게 대규모 선별진료소를 만들어 접촉자와 의심환자 등에 대한 빠른 진단검사가 가능했던 것

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확진자 동선을 공개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이 서둘러 선별진료소 등에서 진단검사를

받도록 안내한 점 역시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가 빠르고, 대규모로 진행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 코로나19 진단검사, 오류 가능성은? 국내 20번째 확진자는 첫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는데, 자가격리 뒤 다시 검사를

받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검사 오류가 발견되는 이유를 크게 세가지로 본다. 첫째, 검체 채취가

부정확하게 될 때다. 검체를 채취할 때, 의료진이 면봉을 콧속 뒷부분에 갖다 댄다. 가령, 검사를 받는 이가 고통을

느끼고 몸을 뒤로 빼는 경우에는 면봉에 제대로 된 검체가 묻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환자 몸이 지닌 바이러스 정도가 극히 적을 때다.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적으면, 몸에서 뿜어내는 바이러스 양이

적어진다. 이 경우 정상적인 검사 방법을 따르더라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세번째로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검사가

잘못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는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법의 오류 가능성을 1~2%로 본다.

 

■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하는 이유?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당국은 감염병 진단검사 체계를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민간과 협력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코로나19 진단시약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을 할 수 있고, 바

이오 회사가 빠르게 제품을 생산하는 등 협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미국 등 유사한 체계가 있는 나라도 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만큼 많은 진단검사를 하지는 못했다. 검사기관이

충분한 진단시약과 장비들을 상황에 맞게 모두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권계철 이사장은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

터(CDC) 등 몇몇 기관, 일본은 일부 대형병원과 감염병 기관만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100곳이 넘는 기관에서 검사하는 한국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전창호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한국처럼 진단의학만 독립적으로 전문의 과정을 둬 교육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은 이런 전문의 과정을 거친 이가

천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장철훈 양산부산대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미국·일본 등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인

검사 비용 등 공적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도 신속한 검사가 가능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박준용 선담은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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