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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방위비분담금 한국경제에 환류" 美사령관 말 맞나

인주백작 2019. 11. 15. 12:16

연합뉴스

[팩트체크] "방위비분담금 한국경제에 환류" 美사령관 말 맞나

입력 2019.11.14. 17:13 수정 2019.11.14. 17:22


지금은 대체로 맞아..美 '역외부담' 요구 속 내년이후는 '불투명'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

미군 사령관이 7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는 모습. 2019.11.7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2일 평택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동맹 현안 중 하나인 방위비 분담과 관련, 한국의 분담금이 결국엔 한국 경제에

기여한다는 주장을 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분명히 하건데 그 돈(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다시 한국 경제와 한국인에게 돌아가지, 나에게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 9천200명의 급여 중 약 75%가 방위비 분담금에서 나온다며

"그건 한국 납세자의 돈으로 한국인의 급여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위비 분담금의 나머지 항목인 군사

건설비 및 군수지원비도 한국 기업들의 수주 또는 매출로 귀결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한국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4일 "방위비 분담금은 대부분 우리 경제로 환류되고

있다"면서 "세부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협상에 참여해온 전·현직 정부 관계자에게 물어봐도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말은 '현재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붙일

경우 대체로 일리가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자 주한미군 주둔 경비 일부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제도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1991년부터 한국이 일정액을 지원해왔다.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돈(올해 1조389억원)은 그동안 인건비와 군사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미군 주둔 경비'라는 취지에 맞게 정해진 3개 항목에 걸쳐 사용돼왔다.

 

연도별로 책정된 총액을 이 3가지 항목에 배정해 집행해왔는데, 대체로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가 4:4:2

정도의 비율로 편성돼왔다고 방위비 분담 문제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우선 인건비는 주한미군사령부가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말한다.

 

작년까지는 전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중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하는 비율이 75%를 넘지 않도록

했으나 올해는 이 상한선이 없어져 실제 80%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건설비는 주한미군 부대의 막사와 창고, 훈련장, 작전·정보시설 등을 짓고 보수하는데 쓰이는데 미측에서 실시

하는 설계 및 감리 비용으로 책정된 12%를 제외한 나머지는 원칙상 모두 한국 업체들에게 돌아간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협정 내용상 설계 및 감리 외에 건설까지 미국업체가 예외적으로 맡을 수 있게 돼 있으나 실제 그렇게 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가장 비중이 작은 군수지원비는 탄약저장과 정비, 수송, 시설유지 등에 사용되는데 100% 한국 업체를 통해 현물로

미 측에 지원된다. 미 측에서 한국 업체와 군수물자 구매 계약을 하면 한국 측은 계약 내용이 적절한지 판단해 승인

하는 식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집행된다.

 

방위비 분담금 중 쓰지 않고 남은 이른바 '불용액'으로 미군이 이자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

지만 한국의 분담금 중 상당 부분은 한국 경제로 '환류'되어온 것은 사실인 셈이다. 과거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반대하는 여론이 제기될 때 이 같은 '한국경제 환류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수석대표 한미방위비협상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협상대표[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그러나 내년 이후 한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를 놓고 지금 한미간에 진행중인 협상의 맥락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

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연간 한국 측 분담액의 몇배에 이르는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한때 미측이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50억 달러(약 5조8천500억 원) 수준을 요구했다는 이야

기도 들린다.

 

문제는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에 한반도 밖, 즉 역외(域外) 비용이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진행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 "역외 부담 등을 포함한 미국 측의 설명 부분이 있었고, 요청 부분이 있다"라고 확인했다.

 

강 장관이 언급한 미국의 '역외 부담 요청'은 결국 '한반도 및 주변해역' 밖에서 하는 훈련비용처럼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무관한 부분까지 미측이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여태까지 해온 방위비 분담의 틀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요구가 관철돼 방위비 분담금 증액분에 반영된다면 그 증액분은 한국 경제에 기여하기보다는 미국

재정 절약에 기여하게 될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는 에이브럼스 사령관 말대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상당액이 한국 경제로 되돌아왔지만

현재 미국 측 요구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그러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된 헬기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이 시작된 지난

8월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에 헬기들이 계류되어 있는 모습.


jhcho@yna.co.kr 

 

이슈 한미 방위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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