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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건 일본에 한국 '팃포탯' 선택..9일 한·일 입국조치 충돌

인주백작 2020. 3. 8. 11:20

아시아경제

빗장 건 일본에 한국 '팃포탯' 선택..9일 한·일 입국조치 충돌

임철영 입력 2020.03.07. 14:31


강경화 장관 "일본 조치 배경에 의문"..정부, 정치적 고려 결과물로 결론 내린 듯
사증면제 중단·旣발급 사증 효력 정지·여행경보 상향·특별입국절차 적용
"상황에 따라 추가 대응" 강한 조치 가능성 열어놔
불필요한 '국가 간 형평성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
 


일본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오는 9일부터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국 정부도 일본에 빗장을 걸어잠궜다.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기습 결정된 일본의 입국제한 강화 조치에 한국 정부는 하루 만에 '팃포탯'(tit-for-tat·맞대응)'

전략으로 응했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안팎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입국제한 강화 조치가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한 정치적 고려의 결과물이라는 판단에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이례적으로 직접 초치

해 외교적 '상호주의'를 언급하면서 "투명하고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통해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과 차단 성과를

일궈가는 시점에서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그 배경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마이니치, 아사히,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들도 연일 아베 총리가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내린 정치적

결과물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앞서 단행한 전국 휴교령에 이어 내부적으로도 충분

히 논의 되지 않은 설익은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총리 관저가 모든 것을 주도한 것

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6일 일본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관련 입국제한 강화 조치는 크게 4개 부문이다. 일본의 일방적 입국제한

강화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 국민의 불편과 피해의 양상에 따라 대응 강도를 높이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면서 질적

수위를 조절한 모양새다. '상응조치' 시행 시점은 일본의 조치 시행 시점과 같은 9일로 못을 박으면서 별도의 시한을

두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앞서 입국금지, 사증제한, 검역 감화, 항공·선박 제한 등 4개 부문에서 전방위 조치를 취했다.

일본 정부는 9일부터 일단 이달 말까지 한국·중국으로부터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검역을 강화하고, 이들에게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게 하는 한편 일본 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을 이달 말까지 중단하고 단수·복수 사증 효력을 정지시켰다.


한국 내 입국금지 지역도 확대했다. 기존의 대구와 경북 청도를 포함해 물론 안동·경산·영천시, 칠곡·의성·성주·군위

군에 머무른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까지 거부하기로 했다. 또한 항공 여객편 도착 공항을 나리타공항과 간사이

공항으로 한정하고. 선박의 경우 한국·중국으로부터 여객운송 중지를 요청했다. 사실상 한국에 대한 전면적 입국금지

조치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이 같은 조치는 외교 채널이 가동하기 전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日 기습 조치 이후, 정부 4가지 '상응조치' 발표

한국 정부는 우선 오는 9일 0시를 기해 일본에 대한 사증면제 조치를 중단하고,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을 정지한다.

90일 이내의 단기 체류 시 무비자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제도가 중단되는 것이다. 전일 오후 7시45분 긴급 브리핑에

나선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사증면제 중단에 더해 “사증 발급 과정에서 건강확인 절차가 포함될 것이며, 추후 상황변

화에 따라 건강확인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역도 깅화한다.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는 특별입국절차를 일본발 입국 외국인에게

도 적용한다. 조 차관은 “일본 정부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지정장소 내 14일 대기 요청과 관련해서는 9일 0시를 기해

일본으로부터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강화된 조치

를 취할지 여부는 일본 내 감염확산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 전 지역의 여행경보도 2단계로 격상했다. 조 차관은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 수준을 상향한 데

대해서는 9일 0시부터 일본 전 지역을 대상으로 여행경보를 2단계인 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1일 한국의 대구와 경북 청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중지를 의미하는 3단계로 높였고, 5일에는 이미 '방문 중지

권고'를 내린 대구·경북 청도 등 9곳을 제외한 한국의 다른 지역에 대한 감염증 위험 정보를 '불필요한 방문 중단 권고'

를 뜻하는 레벨2로 올려 공지했다.


이에 외교부는 7일 여행경보를 2단계로 상향 조치했다면서 "여행경보 상향 조정은 최근 일본 내 불투명한 감염상황과

취약한 대응을 두고 국제사회로부터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국민의 감염 피해 노출이 한층 우려되는 상황임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취한 이·착륙 공항 제한에 대한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향후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

다. 공항은 이미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으로 특정했다. 조 차관은 "선박 ·여객운송 정지 요청에 대해

서는 재일한국인 여러분의 입국 시 불편 초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후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면서 “한일

노선이 많은 인천, 김포, 김해, 제주 중에서 공항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박했던 하루, 한일관계는 격랑 속으로

한국 정부는 대응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5일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조치 내용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 외교부는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늦은 시각까지 대책회의를 열고 다음날

이 6일 새벽부터 강한 어조로 일본의 조치를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6일 새벽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국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한

것에 극히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재고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맞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정세균 국무총리도 "일본 정부가 우리 국민들에 대해

사실상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면서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7일 대구시청에서 진행된 중대본 회의에서도 "코로나19 사태는 개별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닌 인류 모두의

위기로 내부적 연대 못지 않게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오랜 이웃인 일본 정부는 차단과 외면을 택했다"면서

"관계부처는 비자 면제 정지, 특별 입국 절차 등 곧 시행되는 조치들이 현장에서 혼선을 최소화하며 실시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강경화 장관은 전일 오후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거듭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다. 강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 여행 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입국금지 대상지역 확대 그리고 사증효력 정지 등 노골적인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초치했다"면서 "우리는 오히려 불투명하

고 소극적인 방역 조치 등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의 방역 상황을

볼 때 일본이 한국에 대해 전면적 입국금지에 나설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주한 일본대사 초치 직후 강 장관은 열흘만에 다시 열린 주한외교단 대상 설명회를 직접 주재했다.

지난달 25일 첫 설명회는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주재했다. 강 장관은 참석한 112개곳의 대사관과 국제기구 외교사절

에게 "본국에 한국이 취하고 있는 철저한 대처에 대해 설명하고 과도한 조치를 하지 않도록 권고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등 47개국 대사도 참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본 VS 호주·중국 대상 조치 형평성 의문 제기…외교적 조치, 불필요한 논란 해소 과제

정부가 9일부터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가 간 형평성 논란은 해소

해야 할 숙제다.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금지를 5일부터 일주일 동안 실시하고 일주일 단위로 연장할 예정인 호주의

사례와 중국 지방정부의 강제격리 조치 등이 논란의 핵심이다.


호주는 방역 선진국이면서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일본처럼 이에 대한 상응 조치가 필요한 것 아

니냐는 것이다. 중국 역시 협의 없이 18곳이 넘는 지방 정부에서 강제 격리를 실시, 8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격리돼

있는 만큼 양국 간 상호주의에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해 비과학적이고 비우호적이라는 근거를 들어 비판했다. 호주와 중국 사례와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주 조치는 한시적으로 보이며 일주일 단위로 갱신될 수 있다"면서 "조속히 철회할 수 있도록 긴밀

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또 다른 고위당국자는 "기본적으로 한일관계와 한·호주 관계가 같을 수 없고

호주와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같을 수 없어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강제징용-수출규제-한일 군사정보보

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로 이어지는 한일관계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일부 지역은 이미 입국을 금지했고 중국발 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의 격리조치는 중앙정부의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한국 총영사관과 긴밀하게 소통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등 지방정부가

총영사관과 협의해 격리조치를 완화하고 있는 중"이라며 "특별입국절차의 경우 일부 지방정부는 시설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같은 수준을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