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 이슈

美, 6억회분 쌓아 뒀지만.. 한국과 예외적 거래 명분찾기 험로

인주백작 2021. 4. 21. 21:37

美, 6억회분 쌓아 뒀지만.. 한국과 예외적 거래 명분찾기 험로

김헌주 입력 2021. 04. 21. 05:06


한미 '백신 스와프' 실현될까
美서 백신 받은 뒤 하반기 되갚기 유력
美, 멕시코·캐나다와 AZ 주고받지만
국방물자생산법 가동 영향 결실 미지수
잉여분 ‘코백스’에 우선 배정 가능성도

野 “쿼드 참여”에 정의용 “연관성 없어”
실질 성과 위해 백신 특사 파견도 검토

20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대응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

가 이어지던 중 한미 간 ‘백신 스와프’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깜짝 발언이 나왔다. 정 장관은 “백신 스와프를 검토했

을 뿐 아니라 미국 측과도 협의를 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야권에서 제기한 방식을 지금에서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고 공개한 것은 상반기 백신 수급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백신 상황에 여유가 생겨 우리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

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미국의 남는 백신을 상반기 중에 먼저 넘겨받은 뒤 하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던 물량을 미국에 되갚는 방안이 유

력해 보인다. 백신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은 것으로 판명되고 있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6억회분을 연내 확보했

다. 미국 인구 중 백신 접종이 가능한 2억 6000만명이 2회씩 접종을 받고도 남을 분량이며, 3차 접종을 하더라도 부족하

지 않다. 미국은 지난달 멕시코,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50만회, 150만회 접종분을 지원하고 올해 말까

지 같은 양의 백신으로 돌려받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요청으로 진단키트, 마스크를 상당량 공수해 줬다”며 미측

을 적극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기에는 걸림돌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국가 간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지난해 말 이후 미국은 백신 확보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가동했다. 국방물

자생산법을 통해 당국이 백신 원료 수급부터 유통까지 통제하는 상태에서 미국이 특정 국가와 거래하는 예외 조치를 취

할 명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미국에서 실제 잉여 백신이 발생할 경우에도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공동구매 국

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백신 협력을 끌어내려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 참여 등 미국의 대중국 견

제 전략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 장관은 “(백신 분야 협력은) 미중 간 갈등이나 쿼드

참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백신 특사 파견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

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Copyrightsⓒ 서울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