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회 달라" 박용만 상의회장 8년 침묵 깨고 탄원한 이유(상보)
"이재용 기회 달라" 박용만 상의회장 8년 침묵 깨고 탄원한 이유(상보)
심재현 기자 입력 2021. 01. 15. 18:0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19년 1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
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대
한상의는 이날 오후 박 회장이 서울고법에 이 부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2013년 8월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이후 기업인 재판과 관련해 탄원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회장
은 재계를 대표하는 법정 경제단체의 수장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정·재계의 소통로 역할을 하면서 기업인 관련 재판 등
에 대해서는 거리를 둬왔다.
박 회장은 탄원서 제출 직후 "7년 8개월 임기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동안 이 부회장을 봐왔고 삼성이 사회에 끼치
는 무게감을 생각할 때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고 대한상의는 밝혔
다.
이 부회장에 대한 탄원서는 박 회장이 직접 작성했다. 대한상의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는 18일 이 부
회장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
로 전해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016년 이후 1년 가까운 구속 수감과 4년 넘게 이어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적잖은 대
가를 치렀고 그동안 삼성그룹의 의사결정도 많이 지체됐다"며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삼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경영에 매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박 회장이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 선고 공판을 앞두고 주말 직전인 이날에만 수십건의 탄원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 13일 '벤처업계 신년 현안 및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청와대 청원에도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을 만들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5만8000명을 넘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는 18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연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를 받는
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29일 이 부회장에게 선고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
려보냈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말 3마리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액 16억원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2심 판결보
다 뇌물 규모가 86억원으로 늘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중형을 선고받은 만큼 실형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삼성 준법감
시위원회 설치·운영 노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고려돼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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