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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칼잡이' 尹의 아이러니, 구속한 자들의 방패 꺼낸다

인주백작 2020. 12. 2. 07:07

'직권남용 칼잡이' 尹의 아이러니, 구속한 자들의 방패 꺼낸다

박태인 입력 2020.12.01. 05:01 수정 2020.12.01. 06:36

 

尹, 국내 최고 직권남용 이론가 이완규로 秋 맞대응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출근 모습. 당시 윤 총장의 가장 강력한 무

기는 직권남용이란 법리였다.[중앙포토]

 

직권남용의 최전방 공격수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권남용의 수비수가 돼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사문화됐던 직권남용

이란 법리를 적폐청산 수사에서 되살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까지 구속했던 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격에 직권

남용 피고인의 방어논리를 꺼냈다.

 

윤 총장은 이른바 '판사 문건' 작성 지시와 관련해 추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를 당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열린 직무배제 집행정지 소송과 향후 본안 소송, 1일과 2일 예정된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징계위원회 역시 이 판사 문건

과 윤 총장의 직권남용 성립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직권남용 저격수' 이완규 선임한 尹
윤 총장이 처한 상황은 윤 총장이 선택한 변호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윤 총장과 같은 검찰 출신으로 그의 변호를 맡게 된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국내 최고의 직권남용 이론가로 꼽힌다. 문제는 이 변호사가 직권남용에 있어 윤 총장

과 생각이 다른 폐지론자에 가깝다는 것.

 

윤석열 검찰총장의 변호를 맡은 이완규 변호사. 그는 국내 직권남용의 최고 이론가 중 한명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이 변호사는 지난해 5월 한국범죄방지재단의 학술강연회에서 '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이란 논문을 발표하며 "직권과 남

용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인정돼 정권 교체기의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윤 총장과 서울

대 법대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총장을 '석열이'라 부를 만큼 가깝다. 하지만 윤 총장이 직권남용이란 전가의 보

도로 칼을 휘두른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 입장이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의 행정소송과 형사고발 모두 직권남용에 대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을 것"이라며 "이완규

의 선임은 그에 대한 윤 총장의 대비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의 부탁을 받고

변호를 맡게됐다. 윤 총장에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결과와 관련해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방침을

밝히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같은 날 윤 총장이 퇴근하던 모습. [연합뉴스]



결국 핵심은 판사 문건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를 지시하며 제시한 혐의는 총 6가지다. ▶감찰 방해 ▶언론사 사주 접촉

▶채널A 수사 방해 등도 있지만 핵심은 추 장관이 '불법사찰'이라 주장하며 형사고발까지 한 판사 문건이다. 서로간의 주

장이 엇갈리는 다른 징계사유와 달리 이 문제는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란 객관적 자료가 남아있다.

 

문건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수사자료를 활용한 듯한 '16년도 물의야기 법관 포함'이 어떻게 쓰여졌는지도 쟁점이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이 문건의 불법성은 따져봐야 하지만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며 판사의 감정을 건드린

측면도 있어 윤 총장 소송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직무배제 취소 소송과 징계위, 형사고발 대응에서 모두 판사 문건은 불법 사찰이 아니란 입장을 취할 예정

이다. 공판 검사의 공소유지를 돕는 정당한 직무행위였으며, 오히려 추 장관의 직무배제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반면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시는 해당 문건이 작성된 대검 정보정책관실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직무배제 사유임은 물론 명백한

불법행위라 반박하고 있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 [중앙포토]



우병우 불법사찰 1심 판결의 법리
이런 불법사찰에 대한 법리 다툼은 국정원을 동원한 불법사찰 혐의로 2018년 무죄와 유죄를 동시에 받은 우병우 전 민

정수석의 1심 판결문에도 자세히 나와있다. 우 전 수석의 기소를 결정한 것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이었

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을 감찰했던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사찰한 혐의에선 유죄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

위원장과 한국 과학기술단체총연합 등에 대한 사찰 혐의엔 무죄를 받았다.

 

그의 1심 재판장이었던 김연학 부장판사는 선고 당시 불법 사찰의 기준으로 ▶위법한 목적을 갖고 ▶통상의 업무와 직

무범위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때를 제시했다. 이는 현재 윤 총장 측이 판사 문건은 불법사찰이 아님을 반박하

는 근거(적법한 목적, 직무범위 내 활동, 1회성 작성)이기도 하다.

 

김 재판장은 우 전 수석의 무죄 이유로 "단순히 직무수행 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돼 상급 공무원의 지시행위를 직권남용

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상사(상급 공무원)의 직무의 권한 범위▶상사의 지시 경위 ▶해당 업무를 한 상사와 부

하 직원의 위법성 인식 여부와 위법성 정도 ▶직무수행으로 인한 결과 ▶통상적 업무수행의 모습 등을 종합해 직권남용

의 성립여부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우 전 수석을 기소했던 윤 총장과 가까운 특수부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법리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윤 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법원의 판단이 됐다.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3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불법사찰 판례와 이탄희의 반박
윤 총장 측은 불법사찰의 성립 여부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고였던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 민간인 사찰 사건과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사건 판례도 참고하고 있다. 해당 판례에선 ▶직무범위를 벗어나 ▶평소의 동향

을 감시할 목적으로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탐문, 채집으로 수집한 경우를 불법사찰이라 규정한다. 판사와 같은

공인에 대한 사찰도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할 경우에만 예외가 적용됐다.

 

추 장관과 민주당 측에선 판사 문건의 '불법성' 여부에 앞서 해당 문건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중요

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징계와 형사처벌,국가배상은 각기 다르

다"며 "수사정보정책관실을 통한 판사사찰은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불법이다. 명백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직권남용 성립 여부와, 현재 진행 중인 직무배제 소송의 성립 요건은 별개라는 주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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