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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

인주백작 2021. 4. 1. 06:18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 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

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였다

 

                         -박노해- (Sti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