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모 심듯' 빽빽한 묘목심기..투기꾼은 왜 그럴까 [부동산360]
'논에 모 심듯' 빽빽한 묘목심기..투기꾼은 왜 그럴까 [부동산360]
입력 2021. 03. 06. 05:01
LH직원의 광명시흥신도시 투기 사건 파장 지속
현직 감평사들, "묘목 취득원가 대비 50배 보상은 루머"
"묘목값 보상 노린 것 아냐..1000㎡ 넘으면 신도시 입주권"
'나무'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정황 드러나는 숲을 보라
-원가 1000원짜리 묘목을 사서 심어두면 토지수용시 최대 5만원에 달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X) -비싼 수종의 묘목을,
최대한 많이 심어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X)
모두 틀린 ‘투기 상식’이다. 현직 감정평가사들은 묘목을 아무리 비싼 수종으로, 많이 심어도 이전비에 해당하는 실비 수
준만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흥시 과림동 내의 이어진 2필지. LH직원이 소유한 땅으로 현재 가느다란 묘목들이 빼곡히 심겨져 있다.[헤럴드경제DB]
지난 4일 방문한 시흥시 과림동 내의 2000여평 땅에는 어린 묘목이 빽빽히 심겨져 있었다. 바로 LH직원이 광명시흥지구
의 3기 신도시 지정 이전에 사들여 논란이 되고 있는 필지다. 밀식된 정도가 심해 멀리서 보면 흡사 벼를 심어놓은 것처
럼 보일 정도였다.
1000원짜리 묘목으로 50배 수익?…“잘못된 정보 유통돼”
향간에선 ‘전문 투기꾼의 솜씨’, ‘보상이 잘 나오는 비싼 수종으로 골라심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토지 보상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복수의 감정평가사들은 묘목을 포함한 지장물은 그닥 돈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
했다.
“수목은 이식 가능 여부를 따져서 이식이 가능하면 딱 이전비로만 보전해줍니다. 새로운 땅에 이식된 후에 말라죽을 수
도 있는데 이때는 고손률을 인정해 10~20%정도를 더 값을 얹어 보상해주고요. 정말 딱 실비만 인정된다는 뜻이며, 만약
이식이 불가능하다면 소유주가 묘목을 사온 값인 취득원가로 쳐줍니다. 어떤 경우에도 큰 이익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근원직경(지표면과 닿은 나무 줄기의 직경)이 5㎝ 이상은 돼야 5만원 정도 보상이 나옵니다. 그정도 굵기가 되려면 나무
높이는 적어도 2m이상은 되는 꽤 생장한 나무예요. 어른 허리까지 겨우 오는 가느다란 묘목 가지고는 그렇게 안나옵니
다. 잘못된 정보입니다.”
“빽빽하게 밀식해놓은 것도 소용 없습니다. 나무가 1그루 있을때와 100그루 있을때의 운송비 차이가 100배 만큼 되지 않
아요. 큰 차이 없습니다. 즉, 아무리 많이 심어도 비례해서 보상받진 않는다는 거예요.”
“농지법 위반 피하는 게 목적…신도시 입주권은 덤”
그렇다면 LH직원은 왜 묘목을 심었을까.
“벌금을 안 내기 위해 형식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간편한 액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말그대로 ‘나무’만 보지 말
고 숲을 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헤럴드경제DB]
농지법 6조(농지소유제한)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만
약 이를 어기고 거짓으로 농지를 취득하면 벌칙조항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도 같은 법에 포함돼 있다.
“곧 보상작업이 시작된단걸 알았다면 구태여 소작농을 구하는게 더 귀찮은 일이었을테고, 묘목 식재가 가장 간단했을 거
다.” 감정평가사들은 LH직원들은 토지 보상금액이 아니라 입주권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토지수용과정에서 LH는 희한한 조건을 건다. 가장 첫번째 협의 때 제시한 감정평가 금액을 토지소유자가 곧바로 받아들
이면 이주대책지에서 분양권을 주겠다고 한다. 즉, 말을 잘 들으면 분양권을 주고, 그렇지 않고 계속 재결 등을 요구해 따
지고들면 분양권을 안 준다. 그런데 보상기준이 되는 면적규모가 바로 1000㎡다. 지분쪼개기 정황은 이미 여러군데서 나
왔지 않나.”
정리하자면, 전문가들은 묘목의 수종과 식재 규모 등을 고려한 토지보상금액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짚어냈다.
대신, 신도시 입주권이 주어지는 LH대토보상 기준 1000㎡ 지분쪼개기를 주목해서 봐야한다고 가리켰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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