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겨냥했지만..전기차·반도체는 국내 첨단산업 핵심 먹거리
中겨냥했지만..전기차·반도체는 국내 첨단산업 핵심 먹거리
뉴욕=백종민 입력 2021. 04. 01. 11:28
바이든, 인프라 투자안 '반도체·배터리' 강조
중국과의 경쟁 '결연한 의지'
국내 산업 간접적 수혜 예측있지만
"양국 정치·외교 노력 수반"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권해영 기자, 조유진 기자, 김수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2조2500억달
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는 1930년대 대공황 탈출을 위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연상시킨다. 토목
중심의 경제 개발보다는 미국이 약점을 드러낸 첨단 산업 분야 육성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점은 ‘뉴딜
2.0’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한국이 주도하는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육성을 공언한 만큼 우리 산업과 경제에도 상당한 영
향이 예상된다.
◇韓 정부·기업 대응 필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 내용은 시장의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유독 반도체와 배터
리 분야 투자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중국과의 경쟁을 위함이라는 점이 특히 두드러졌다. 해당 분야가 중국의 급부상과 미
국 내 공급망 부족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술 리더십과 산업 주도권을 중국이 차지해 미국에 맞서는 국
가로 부상하는 일을 차단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국가의 주요 인프라가 반도체 칩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시각이다. 앞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위탁생산(파운드리) 중단 계획을 철회하고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 애리조
나주에 두 개의 공장을 세우겠다고 한 것도 바이든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초 가시화된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 사태와 미국이 핵심 기술에서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깊어지는 만큼 법안 통과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도 주목 대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2030년까지 50만여곳의 전기차 충전소를 전국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는 4만1400곳의 충전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만대의 디젤엔진 사용 대중교통 차량을 친환경차로 교체
하고 스쿨버스의 20% 이상을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의 분쟁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조업 중단과 일자리 감소로 이
어진 상황이 이번 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산업에 대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인프라 투자는 기후변화에 초점을 뒀는데 국내 신재생에
너지 기업 일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의 대규모 투자로 경제 전반이 살아나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반도체 등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투
자 혜택 대부분은 미국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경기 진작으로 인한 간접적 혜택을 누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낸 것은 ‘중국 굴기’를 견제하는 측면이 커 향후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 가속
화 속에 정부가 우리 경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이대로 두고볼 수 없고,
서방국 간 협력을 진전시켜야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며 "미국 인프라 투자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려면 정치·외교적 노
력이 수반돼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 개조 선언’ 장소 피츠버그 선택한 이유= 바이든 대통령이 낙후화된 미국의 각종 인프라를 완전히 뜯어고쳐 국가
개조 수준의 조치에 나서겠다는 선언을 피츠버그에서 한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피츠버그는 바이든 대통령령이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던 곳이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에도 이곳
을 처음 찾았다. 대선 전날에도 피츠버그에서 마지막으로 유세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치인들이 백인 노동자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피츠버그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양질의 일자리, 보수가 높은 일자리가 대량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확실하게 챙겨 탈화석 에너지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소외 계층의 반감을 완화하는 효과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피츠버그가 과거 몰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에서 첨단기술 산업 육성을 통해 ‘브레인 벨트’로 변모
한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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