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사람이 또..'낯 익은 후보' 허경영·신지예·오태양, 서울시장 왜 나왔나
어, 이 사람이 또..'낯 익은 후보' 허경영·신지예·오태양, 서울시장 왜 나왔나
손덕호 기자 입력 2021. 03. 29. 06:01 수정 2021. 03. 29. 13:05
서울 시내 곳곳에 붙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벽보에 낯 익은 얼굴들이 등장했다. 기호 7번 허경영, 기호 8번 오태양 기
호 15번 신지예가 그들이다. 기호 1번 박영선, 기호 2번 오세훈 후보에게 선거 출마 회수로는 뒤지지 않는 그들은, 5000
만원에 달하는 기탁금과 추가 선거운동 비용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또 출마를 했다.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살펴보
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제와 경쟁으로 확인한 득표력…여론조사 3위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는 이번이 생애 7번째 선거 출마다. 1991년 서울 은평구의원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같은 해 서
울시의원 선거에 민중당 후보로 나섰다. '공화당' 간판을 달고 1997년엔 대선에 출마했고, 같은 당 이름으로 2004년 총선
비례대표로 입후보했다. 2007년 대선엔 '경제공화당'으로 출마했다.
이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2008년 대법원에서 1
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10년이 지나 2020년 총선에 국가혁명배당금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낙선했고, 1년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이 5번째 출마이고,
오세훈 후보는 6번째 출마다. 허 후보가 출마 회수가 더 많다.
허 후보의 장점은 높은 인지도와 증명된 득표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주한 2007년 대선은 허 후보의 득표력을 보
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허 후보는 10만표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0.40% 득표율로 이인제 전 의원(0.68%)에 이어 7위를 했
다. 울산, 부산, 대구, 경북, 경남에서는 이인제 전 의원 득표율을 앞섰다.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5일 허경영 국가혁명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허경영 후보 캠프 제공./ 연합뉴스
허 후보는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2% 지지율로 3위를 차지했다. 허 후보는 이날 "허경영 포함 3자
토론을 진행하는 게 어떨까"라는 주장도 했다.
허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다. 나경원 전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1억원대 결혼·출산 지원 공약'을 내
놓자, 오신환 전 의원은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면 '나경
영'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허 후보는 "이제야 다른 정치인들은 (저를) 따라 하려고 용쓴다"며 "기성 정
치인들이 허경영의 가장 큰 홍보요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후보는 최근 '재산세 폐지' 부동산 공약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19일 한 언론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을 살 때 취득세 팔 때 집값 올라간 만큼 양도세를 낸다. 중간에 세금(재산세)은 뭐냐, 월세냐"라며 "이런 조세
제도는 중산층 몰락으로 간다. 재산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후보는 서울시내 곳곳에 자신의 유행어 '국가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습니다'를 넣은 현수막을 곳곳에 걸
고 표심 잡기에 나섰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지난해 4월 11일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미래당 오태양 후보의 유세현장을 찾아 지원 연설을 했다./
오 후보 페이스북
◇김제동이 고민정 대신 지지한 정치인
오태양 미래당 후보는 2001년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해 유명해졌다. 병역 거부를 한 이유는 평화
주의적 신념이었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가 세 번째 출마다. 2012년 총선에 청년당 비례대표 후보로 입후보해 낙선했고, 지난해 총선엔 미래
당 후보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떨어졌다.
작년 총선에서 함께 경쟁했던 후보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다. 당시 방송인 김제동씨가 고
의원이 아닌 오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김씨는 이 때 "국회든 정치권이든 '듣보잡'을 위한 사람들, 듣도 보
도 못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래당의 전신 격인 청년당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 청년 주거 문제
관련 활동을 할 때 오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오 후보는 소수자와 청년을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오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성소수자 자유도시 서울 선언 및 동성
결혼 지원조례 제정'이고, 두 번째 공약은 '마음껏 3년 청년기본소득 및 청년특별청 승격'이다.
신지예 무소속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다. /신 후보 페이스북 캡처
◇'그 따위 정치는 끝났다' 슬로건으로 유명
무소속 신지예 후보는 이번 선거가 네 번째다. 녹색당 소속으로 2016년 총선 비례대표로 입후보했고,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당시 1.67% 득표율로 정의당 김종민 후보(1.64%)를 앞질러 유명세를 탔다. 녹색
당에서는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녹색당 당직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신 후보는 녹색당에서 탈당했다. 지난해 총선에 무소속으로 서울 서
대문갑에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이성헌 후보와 겨뤄 3.23% 득표율을 기
록했다. 검은색 폴라티를 입은 신 후보가 흰색 배경에 쓰인 '그 따위 정치는 끝났다'는 글귀 사이로 오른손 주먹을 들고
있는 공보물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총선 당시 신지예 후보 공보물. /인터넷 캡처
신 후보는 이번 선거에 나서기 위해 '팀서울'을 조직했다. 부시장 후보 6명과 신 후보가 뭉쳐 선거 운동을 하겠다는 취지
다. 은하선토이즈 대표인 은하선 섹스칼럼니스트가 서울시 성소수자 부시장 후보, 성폭력 영상 유출 피해를 다룬 다큐멘
터리 '얼굴, 그 맞은편' 감독인 이선희 한국젠더연구소 대표가 서울시 여성안전부시장 후보다.
신 후보의 공약은 '평등한 서울, 여성이 안전한 서울을 만든다' '서울시가 퀴어문화축제를 공식적으로 후원하자' 등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신 후보의 슬로건도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었다.
신 후보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이기도 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과 관련해 민주당을 여러 차례 비
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박 전 시장을 옹호한 것에 대해 지난 26일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극렬 지
지자들은 국가인권위 조사마저도 부인하고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공격하고 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2차 가해를 저지
르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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